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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가장 긴밤_이석원 산문_<봄> <그래> <문자>수필은 시도다 2019. 5. 3. 21:39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산문
<봄>
벚꽃 피면 생각나는 사람
있다( o )
없다( )
그 사람은 내 생각
한다( )
안 한다 ( o )
요즘 간절한 것은
사랑 ( )
내 발에 맞는 신발 ( o )
내가 사는 아파트 마당 한가운데에 큰 벚나무가 있는데 이 녀석이 벌써 올해의 꽃을 활짝 피었다.
탈이 나 아픈 발바닥에 신음하며 그 앞을 오갈 때마다 그 모습이 하도 어여뻐 가슴이 바스라지는 것만 같다.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어느 날 돈 한푼 못 버는 거지가 되어도 좋고
두 다리를 못 쓰는 불구가 되어도 상관없다던 사람이 있었지
아직도 순진한 한가봐
마음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이렇게 오래가는 걸 보면
어렸을 땐
모든게 쉽게 사라져버린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겠다.
내일은 부디 내일의 시간들이 왔으면.
<그 래>
아름다운 걸
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아름답지
그리고 잊지 마
뭔가를 소중히 여기는 동안엔
너 또한 소중한 무엇이 되어 있다는 걸
<문자>
무슨 일 있니?
왜 그렇게 문자에 기운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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