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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한 마리_김광규관객과 배우 2020. 4. 5. 16:44
청설모 한 마리/김광규
청설모 두 마리
고은산에 살았다
우람한 소나무 줄기 타고 올라가
앞발로 솔방울 뱅뱅 돌리며
갉아 먹고 산자락 마을에 내려와
음식물 쓰레기도 주워 먹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한 놈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옮겨
뛰다가 떨어져
살쾡이에게 잡아먹힌 듯
수놈일까 암놈일까
청설모 한 마리
살아남은 것
산책 길에 보았다
의주로와 모래내길과 연희로 사이에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비좁은 삼각주처럼 남아 있는 산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도심의 작은 산에 갇혀서
청설모 한 마리
외롭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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