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꽃이 졌다는 편지_장석남
    관객과 배우 2020. 8. 2. 23:07

    1

    이 세상에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써야 할까

     

    내 마음 속에서

    진 꽃자리엔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달이 뜨면

    누군가 아이를 갖겠구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그대로 써야 할까

     

     

     

    2

    꽃 진 자리에 나는

    한 꽃 진 사람을 보내어

    내게 편지를 쓰게 하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잘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그 바람에

    뺨을 기대보기도 한다고

     

    나는 오지도 않는 그 편지를

    오래도록 앉아서

    꽃 진 자리마다

    애기들 눈동자를 읽듯

    읽어내고 있네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순례  (0) 2020.08.08
    사위질빵과 나비  (0) 2020.08.03
    나무 찾아서_버섯 독?  (0) 2020.07.30
    朱根玉_눈발 외4편  (0) 2020.07.28
    구름의 착각  (0) 2020.07.2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