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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根玉_눈발 외4편관객과 배우 2020. 7. 28. 14:48
이 시대 창작의 산실 ㅣ 朱根玉 시인 ㅣ 대표작
《月刊文學》618 2020년 8월호에 게재
눈발
신축 빌딩 용접공을
올려다보고 있는 누렁이
목덜미 상처에도 눈발이
공다리
묵밭 언저리
공다리도 불이 붙으면
툭툭 소리가 나네
쇠뿔
쇠머리 국밥집
팔뚝 굵은 사내
귀 코와 눈과 혀
쇠뿔도 파내고
슬슬 볼때기 저며
끓는 솥에 쏟는다
빈 마당
대처로 다 나가고
빈 마당에 사내가
옹기를 갖다 놓는다
대문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가고
뒷문으로 들어와 개구멍으로 나가고
무너진 흙담을 밟고 넘어와
큰 옹기 안에 작은 옹기
큰 옹기 앞에 더 큰 옹기
꽉 꽉 들어찬 마당 옹기 사이로
게걸음치며 요리조리 헤매다가
사내는 하나씩 들고 나간다
빈 마당에 달빛이 쏟아지지만
자꾸 흘러 넘친다
수박
수박 한 통에 얼마랑가
이천 오백 원짜린디
이천 원만 주시게라
이왕이면 삼천 원 받으쇼잉
농담 말고 가져가시게라
삼천 원 아니면
안 가져가겠당께
이천 원이라요
삼천 원 받으라닝께
당신에게서 안 사겠서라우
눈을 무릅뜨고 서로 노려본다
당신 돈 사람 아녀라
깎아 준다는디도 안 판다니
두 사내가 수박을 밟고 서서 씩씩거린다
朱根玉 대전대 대학원 국문과졸업(문학박사),《산 노을 등에 지고》, 《갈대 속의 비비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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