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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고잉 곤_김혜순관객과 배우 2020. 8. 10. 15:36
김혜순 시집 《날개 환상통》 중에서
고잉 고잉 곤
새가 나를 오린다
햇빛이 그림자를 오리듯
오려낸 자리로
구멍이 들어온다
내가 나간다
새가 나를 오린다
시간이 나를 오리듯
오려낸 자리로
벌어진 입이 들어온다
내가 그 입 밖으로 나갔다가
기형아로 돌아온다
다시 나간다
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
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
새가 나를 오리지 않는다
벽 뒤에서 내가 무한히 대기한다
김혜순_1979년 계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등,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 등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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