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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태주_꽃을 보듯 너를 본다
    관객과 배우 2020. 8. 20. 15:14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날마다 기도」 외 8편

     

    *날마다 기도

             간구의 첫 번째 사람은 너이고/참회의 첫 번째 이름 또한 너이다.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건너 한 사람/다시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양다문 입술/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꽃그늘

             아이한테 물었다//이 담에 나 죽으면/찾아와 울어줄 거지?//대답 대신 아이는/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풀꽃 ·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아, 이것은 비밀

     

    *아끼지 마세요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잔칫날  간다고 결혼시장 간다고/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아끼지 마세요/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마음 속에 숨겨두지 말고/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그게 무슨 대수겠어요!/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잠들기 전 기도

               하나님/오늘도 하루/잘 살고 죽습니다/내일 아침 잊지 말고/깨워 주십시오

     

    *내장산 단풍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와서 보시오//내일이면 잊혀질 사람과/함께 보시오//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다 못 타는 이 여자의/슬픔을······.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가보지 못한 골목들을/그리워하면서 산다//알지 못한 꽃밭,/꽃밭의 예쁜 꽃들을/꿈꾸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숨어 있다는 것은/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만나기 위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우리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살고 있다는 것은/그것만으로도 얼마나/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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