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영원한 작별의 공동체 ㅡ큰오빠가 보고싶다ㅡ

갑자기여인 2020. 10. 16. 22:33

 

 

 

영원한 작별의 공동체

                     ㅡ큰오빠가 보고 싶다ㅡ

1.   (2014226)

   옛날의 형제, 옛날이란 말은 몹시 설레게 한다. 오래 된 형제, 늙은 분들, 늙은이란 말도 몹시 설레게 한다. 연세가 높은 큰오빠와 큰 올케는 95세와 90, 큰언니는 89, 작은 언니는 84, 이 네 분이 모두 건강이 좋지 않다. 건널목 신호등에 켜진 청신호 타임에 길을 다 건너지 못할 정도로 걸음걸이가 불편하시다.

   오늘 그들을 만나는 날이다. 도곡에서 약수~봉화산, 3~4차례 지하철 환승했다. 어디서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봉화산 3번출구로 오르는데 지팡이와 보조기를 잡은 큰오빠내외가 우리를 반긴다. 크게 반갑다.

   앞장 서 가는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지팡이에 의지한 분은 똑바르게 걷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비뚤어진 체형에 쳐다보기조차 안타까웠다. 큰오빠의 옛모습, 동네 사진관에 걸릴 정도로 잘생긴 청년시절의 옛 사진이 눈물 사이로 보인다. 180cm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음성은 또 얼마나 좋은가 지금까지도 장로성가대 멤버로 계신다. 세계각지를 다니며 발표회를 가지시던 그 모습. 지금은 망가지고 일그러진 뒷모습에 눈물 빛이 어두워진다. 큰올케는 원래 작으셨지만 건강하던 분인데, 키는 더 작아지고 걸음걸이도 박자가 맞지 않는다. 옛날의 그 멋진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뒤따르며 가슴에 먹물이 고인다. 바로 내 곁에는 84세의 작은 언니가 내 팔에 몸을 의지하고 걷고 있다. 그런 세분과 함께 부폐 식 샤브샤브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음식을 먹기 위해 몇 번씩이나 이리저리 다니며 그들을 도왔다. 즐거웠다. 옛날의 막내인 나를 큰오빠큰언니 틈에 끼워주지 않아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을 먼 곳에서 오랜만에 오신 부모님 대하듯 도우며 맛있게 시간을 보내고 큰 언니가 계신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는 경사진 언덕길로 올라간다. 다행이도 입구벽에 철근 손잡이가 되어 있어 그것을 잡고 올라갔다. 큰언니 맏아들이 기다리다 못해서 밖에 나와 서 있다. 702704, 잘 정돈된 현관에 들어서니 초등학교 1학년의 체구도 채 되지 않을 키의 큰언니가 백발의 엷은 미소로 맞이한다

   “언니하며 찾는 작은 언니의 목소리는 울음으로 바뀌고 세자매는 부등 켜 안고 소리 죽여 울음 꽃을 피웠다. 몇 분이 지났을까 큰 오빠의 눈물 젖은 목소리가 우리 너무 오랜만이구나하셨다. 흘러간 세월의 흔적이 깊은 산골 마을 빈집처럼, 허물어져 내린 벽 이음새 같았다. 큰오빠는 막내를 가리키며 제는 어머니를 제일 많이 닮았다한다. 큰 올케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순간 95세인 맏아들 눈에 그리운 어머니가 되살아나 보이는가 싶다. 작은 언니는 제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한다. 머리에 염색 약을 바르고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모습을 거울에서 보면 그 속에 아버지가 계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머, 잘하네 큰언니

   “조금만 더

   “응 한 번 더 언니야

   “너무 잘하고 있어요

 

   큰언니는 보조기에 의존하여 걸음마를 옮기고 있는 중이다.

   “오빠 저 의자에서는 잘 하는데, 여기서는 잘 안되네한다. 소파에서 몸 전체를 일으키기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우리 남매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시작했다. 큰오빠의 설교말씀 이젠 우리들은 인생을 결산하는 시기다. 그 결산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앉으나 서나 늘 하나님과 대화하며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산이란 계산을 마감하는 것, 마지막 끝날 무렵에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는 것, 삶의 결산은 시간 따라 흐르고 흐른다.

조금 전 우리들은 횡단보도 건널 때 적색신호등이 켜 지기 전에 건널목을 다 건너야 한다. 건너편으로 다 가지 못했는데 청색 신호등이 꺼지고 적신호로 바뀐다면, 그 자리에 놓여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2.

   지난 몇 년 사이에 큰언니 큰올케가 세상을 떠나셨고, 2020년 914일에 이원춘(李元春) 장로님도 세상을 떠나셨다

 

3.

   어느 시인은 말했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이제 보니 우리는 작별의 공동체라고.

   이제 보니 언니 오빠도 작별의 공동체가 아닐까. 천국으로 주소지를 옮긴 큰 오라버님 내외분과 큰언니가 많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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