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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두리 아동문학가_가을은 외4편
    관객과 배우 2021. 5. 17. 16:39

    月刊文學627 2021년 5월호에서 옮김

    이 시대 창작의 산실 ㅣ 정두리 아동문학가 ㅣ 대표작

     

     

    가을은4

     

     

    꽃이

    예쁘지 않은 일은 없다

    열매가

    소중하지 않은 일도 없다

     

    하나의 열매를 위하여

    열 개의 꽃잎이 힘을 모으고

    스무 개의 잎사귀들은

    응원을 보내고

     

    그런 다음에야

    가을은

    우리 눈에 보이면서

    여물어 간다

     

    가을이

    몸조심하는 것은

    열매 때문이다

    소중한 씨앗을 품었기 때문이다.

     

     

    임대 문의

     

     

    동네 가게 유리문에

    붙여 놓은 글

    꽈배기집에도

    수제 피자집에도

    며칠 사이 같은 글이 붙었다

     

    어둑한 가게

    그쪽만 햇빛이 닿지 않은 듯

    서늘한 기운이 전해 온다

     

    가게 아줌마,

    탁자와 의자까지도 그대로 두었다

    간판도 내리지 않았다

     

    앞치마 벗어

    탈탈 털어 접어 놓고 마음이 상해서

    몸만 먼저 떠나버렸나 보다.

     

     

    방음벽

     

     

    소리를 막느라고

    높이 세운 벽

     

    그 벽을

    벽인 줄 모르는 텃새는

    부딪쳐 떨어진다

     

    작은 새에게

    죽음의 벽은 널려 있다

     

    사람은 소음을 막아야 하지만,

    그 벽이 무서운 줄 모르는

    작은 새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비안네 할아버지

     

     

    성당 옆 동네,

    작은 집에

    할머니 요양원 가시고

    할아버지 혼자 산다

     

    이른 아침,

    성당 마당 먼저 쓸고

    집 앞까지

    댓싸리 빗자루 자국나게 깨끗이 쓴다

     

    텃밭에 물 주고 애호박 한 개 따고

    거칠한 손으로 세수하고

    손가락 세워 흰 머릿결 쓰다듬고

     

    오늘, 축담 아래 백일홍이

    한꺼번에 쏟아질 듯 피었다

     

    , 알았다

    비안네 할아버지 기도가

    꽃이 되었네.

                                 *비안네; 천주교 세례명

     

     

    꽃비 내린다

     

     

    활짝 핀 벚꽃이

    하나 둘 꽃잎을 날린다

     

    꽃자리가 촘촘해

    서로 비켜주다가

    그예 꽃잎은 떨어지는 것이다

     

    호오홀

    가볍게 흩날리는 꽃잎들은

    꽃비가 되었다

     

    이윽고,

    맨땅은 꽃비를 안았다

    봄 땅이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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