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무제

갑자기여인 2022. 5. 1. 14:27

 

발리의 풍경(2022.5)_Harrykim

 

   산책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오월이다.

   카톡카톡... 발리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 중 작은 아들이 사진을 보냈다. 반가운 톡을 보고 있는 데, 빨간 마스크의 여인이 알은체 한다. A는 한 동네서 살고있지만 긴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만나면 그저 손 흔들 정도로.

   이젠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니, 마음 놓고 지난 일을 나누기 시작했다. 푸른 빛을 먹은 나뭇잎들은 푸른 그림자를 만들고 뻐꾸기와 참새는 싱어게인 중이다.

   A는 코로나 2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며 지냈다고. 외국 영화의 제목이나 주인공 이름까지 줄줄 외우며 그 줄거리와 영화평까지 말한다. 현대 상영한 영화뿐 아니라 흘러 간 옛영화도 자세히 이야기한다.  난 무엇을  했을까?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도서관에서 한번에 5~6권을 대여해 반납일의 연장을 거듭하며 문학 서적을 읽었고, 어떤 때는 손에 잡히는 대로 대여해 밤낮으로 읽었다. 그러한데, 그 제목과 내용이 거의 생각나질 않는다. 메모의 일부도 인쇄만 했지 다시 읽지 않았다. 코로나로 집에만 갇혀 살면서 갑갑하고 아까운 시간을, 많은 양의 책을 읽으며 위안과 자부심을 가졌는데, 왜 A만큼 자신있게 자세히  말을 할 수가 없을까.

    "1년에 300권 읽는 독서법은 허상이다, 오히려 책 한권을 여러번 읽을 수 있을 때 더 많은 걸 얻는 것" 이라고 말한 

<백영옥의 말과 글> 이  떠올랐다. 백영옥 교수는 지금도 '안나 카레리나'를 10년 주기로 읽고 달라진 밑줄과 그의 생각에 매번 놀라고 있다고 한다.  이근화 시인이 쓴 산문집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에 이런 말이 있다. "책은 더듬고, 만지고, 펼치고, 덮는 행위"라고.  예전에 읽었던 작품 중에 다시 또 읽고 싶은 작품을 새로이 읽으며 새로운 생각을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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