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김구슬 시집_0도의 사랑

갑자기여인 2022. 5. 28. 15:40

 

0도의 사랑                      

 

0도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세계다

 

그림자 없는 오솔길을 걸으며

우리는 가끔 허공을 응시한다

머리 위에는 소리없는 깃털들이

출구없는 소실점을 향하고

발밑을 내려다보며 걷던

가슴이 문득 울고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없는 세계의 가능성을

읽을 수 없어서 일 것이다

꽃 한 송이 지지 않는 세계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단 말인가

 

그리운 것들은

모두 세상 저편에 있다

 

시커먼 파도를 타고

출항을 예고하는 뱃고동 소리가

사라지는 수평선에 파랑을 일으키며

이 세상에 없는 사랑을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