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루이즈 글릭 시집/야생 붓꽃_아침 기도

갑자기여인 2022. 12. 23. 20:39

<신간>

 

《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 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 시집,

미국에선 1993년 나왔다. 글릭의 시집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온 건 이 번이 처음.

                   신형철(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도 함께 출간되어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침 기도」 MATINS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지요?

나는 잡초를 뽑는 척하며 앞마당 잔디를

거닐어요. 당신은 아셔야 해요.

무릎 끓고, 꽃밭에서 토끼풀 뭉텅이 뜯어내면서

내가 잡초를 뜯어내지 않다는 걸: 사실

난 용기를 찾고 있는 중이에요. 내 인생이 바뀔 거라는

어떤 증거를 찾고 있어요. 영원히

그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상징적인 이파리 하나

찾으려고 덤불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며, 머지않아 여름이 끝나고 있고요, 어느덧

나뭇잎들 단풍이 들고요, 언제나 병든 나무들이

가장 먼저 가네요. 죽어 가는 것들 눈부신 노랑으로

물들고요. 그러는 동안 검은 새 몇 마리가 음악의

통행금지를 연주하고요. 당신 내 손 보고 싶지요?

첫째 음표처럼 지금은 비어 있네요.

아니면 징표없이 계속하는 게

항상 핵심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