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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판화 1/기형도
    관객과 배우 2025. 2. 5. 17:28

     

    '걸으며 어머니 생각' 2025년1월21일 오전9:24 갑자기 촬영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바람의 집」

     ㅡ겨울 판화 1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

    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

    는 소리란다.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

    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

    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

    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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