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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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_ 일월의 서한(書翰)관객과 배우 2022. 1. 16. 21:10
안도현의 「일월의 서한(書翰)」 어제 저녁 영하 이십도의 혹한을 도끼로 찍어 처마 끝에 걸어 두었소 꾸덕꾸덕하게 마를 때쯤 와서 화롯불에 구워 먹읍시다 구부러지지 않고 요동 없는 아침 공기가 심히 꼿꼿한 수염 같소 당신이 오는 길을 내려고 쌓인 눈을 넉가래로 밀고 적설량을 재보았더니 세 뼘 반이 조금 넘었소 간밤에 저 앞산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가 숨깨나 찼을 것이오 좁쌀 한 줌 마당에 뿌려놓았으니 당신이 기르는 붉은 가슴딱새 몇 마리 먼저 이리로 날려 보내주시오 또 기별 전하리다, 총총 ( 안도현 시집_《북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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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월언 시집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중에서관객과 배우 2022. 1. 11. 12:18
문학동네시인선 044 손월언 시집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바닷가에서/주워온 돌//바람이 묻었나/불어본다//물소리가 들었나/흔들어본다//파도에 깍인 몸은/한없이 매끄럽고 둥글어//한밤에/볼에 대고 문지른다//책상 위에 올려놓고/돌이 있던 바다르르 생각한다//돌이 있던 바다를 떠올릴뿐/돌도 돌 속에 밤을 말하지 않는다/책상도 무심하다 얼어 있는 유리창에 크림을 문질러놓은 것 같은 하늘 붉은 색은 아주 엷고 옥색은 넓게 퍼졌으며 가까운 구름도 붉은 계통을 번갈아 입는다 해 따라 바다도 자는데 빛이 남아 있는 동안 두 청년은 지나는 여자를 쳐다보며 낄낄거린다 빛이 사라지면 병든 노인의 턱 근처를 떠도는 검불수염 될 것들이 하늘과 땅에 가득하구나 오늘 해는 도시의 복잡한 전깃줄처럼 펼쳐진 구름을 거 느렸다 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