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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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강녕 壽福康寧 하세요수필은 시도다 2022. 1. 30. 14:50
수복강녕부귀 壽福康寧富貴 2022년 임인년 설에 가족들의 나이를 새삼스레 확인하니 자식들은 50대 손주들은 20대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도 생생하고 놀라웠습니다. 질문을 하네요. 자신들을 제외한 또 다른 50여년을 함께 한 "것이 있느냐?"고, 50년이란 퍽 긴 세월이죠 그동안 별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귀하게 가지고 있는 우리집의 가보 6쪽 병풍 가 떠올랐습니다. 50여년 전에 수를 직접 놓은 일생일대의 물건이죠. 옆집에 살고 있는 E대 자수과를 졸업한 새댁에게 코치를 받은 것입니다. 첫 글자 목숨 수(壽) 문(紋)을 자세히 보세요. 흉터가 보이죠. 새댁은 엉망이 된 무늬를 다 뜯어내고 수정도 해주었습니다. 본뜨기, 명주실구입하기, 마지막에는 인사동 표구까지 해 주었습니다. 2022년 설날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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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_유희경관객과 배우 2022. 1. 27. 19:43
담벼락에 기대 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모자를 한 사람은 달력을 닮았다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손이 움직인다 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 손목에 걸린 우산처럼 그들의 대화는 흔들리고, 들리지 않는다 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 모자를 닮은 한 사람이 달력을 닮은 다른 사람을 넘겨보지만 그것은 그냥 人間에 대한 질문 그러나, 달력의 뒷면이 모자에 닿을 때 그것은 퍽 쓸쓸한 풍경이다 때마침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일 년이 몇 장 남지 않은 장면에서 놀라는 우리처럼 담벼락에 기대 선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춘다 우산을 펼쳐 든 사람들처럼 손을 꼭 잡는다 새처럼 용수철처럼 지나갈버릴 일요일처럼 이상하지 않게 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 유희경 시집_《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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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_<졸업장 -안동 찜닭 생각>관객과 배우 2022. 1. 21. 15:57
졸업장 ㅡ안동 찜닭 생각 학력고사를 두어 주 앞두고 내가 또 칵 죽고 싶어져/학교 안 가고 술 취해 드러누워 있을 때,/벼 타작하던 아버지가 찜닭을 들고 자취방엘 왔다/삼부자가 그 놈의 학교 졸업장 하나 못 받으면 무슨 망신이냐고,/이거 먹고 내일은 꼭 가라고 맛있는 거라고//살림 잘 들어먹고 공납금 잘 안 주던/이상한 아버지가 보기 싫어서/나는 말없이 그걸 먹으며, 찜닭이 맞나 닭찜이 맞나/소주나 한잔 더 했으면 좋겠네,/생각하고 있었다 공부도 연애도 안 되어 그만,/집이고 학교고 뭐고 멀리멀리 탈출해버리고 싶던/시인 지망생, 하지만 찜닭에 누그러진 열아홉/ 아버지 경운기 몰고 육십 리 길 돌아가자/ 포기했던 단원을 다시 펼쳤다//안동고등학교 일 학년 중퇴생 아버지는 십 년째 고향 앞산에 누웠고/이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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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피어라! 용주야가족이야기 2022. 1. 19. 15:26
"날아라 용주야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저 눈부신 푸른 하늘을 향하여 언젠가 반겨줄 너의 보금자리를 위해 푸르른 저 산을 넘어 눈부신 하늘을 향하여 용주야 날아라" 할미는 노래 부른다. 어느 시인이 지은 가곡의 가사를 바꾼 것이다. 우리에게 없는 세계를 향해 날마다 피어라! 자신이 하고 싶고, 해서 즐거운 기쁨을 창조해라. 청년으로서 맡은 바 모든 것, 유학생활을 졸업하고 군복무도 끝내고서 부모가 있는 집으로 향하는 너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축복이 너의 마음이나 육체에 늘 함께 하기를 할미는 무릎 끓고 기도한다. 용주야 축복날개를 달고 어디든지 날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