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기대 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모자를 한 사람은 달력을 닮았다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손이 움직인다
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
손목에 걸린 우산처럼
그들의 대화는 흔들리고, 들리지 않는다
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
모자를 닮은 한 사람이
달력을 닮은 다른 사람을 넘겨보지만
그것은 그냥 人間에 대한 질문 그러나,
달력의 뒷면이 모자에 닿을 때
그것은 퍽 쓸쓸한 풍경이다
때마침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일 년이 몇 장 남지 않은 장면에서 놀라는 우리처럼
담벼락에 기대 선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춘다
우산을 펼쳐 든 사람들처럼 손을 꼭 잡는다
새처럼 용수철처럼 지나갈버릴 일요일처럼
이상하지 않게 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
유희경 시집_《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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