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14

등허리

족구장에서 벌어지는 요란한 재미에 웃음을 보이며 서 있는데 그 운동장 건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소나무 몇 그루가 있다 나를 닮았을까 내가 그를 닮았을까 한창 때 한국전통꽃작품을 구성하기 위해 휘어진 소나무을 찾아 많이 잘라서 이용했었다 그래서 일까? 지금 나는 쇠파이프에 의존하여 구부정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다 굽은 소나무여 힘들고 어렵겠지만 오래도록 버티기 부탁한다

수필은 시도다 2022.05.17

고귀한 자연_벤 존슨

↓김점선 그림 고귀한 자연 벤 존슨(영국의 시인, 극작가, 평론가 (1572~1637)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무가 크게만 자라는 것과 다르다 참나무가 3백 년 동안이나 오래 서 있다가 결국 잎도 못 피우고 마른 통나무로 쓰러지기보다 하루만 피었다 지는 5월의 백합이 훨씬 더 아름답다 비록 밤새 시들어 죽는다 해도 그것은 빛의 화초요, 꽃이었으니 작으면 작은 대로의 아름다움을 보고 삶을 짧게 나눠보면 완벽할 수 있는 것을.

관객과 배우 2022.05.07

무제

산책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오월이다. 카톡카톡... 발리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 중 작은 아들이 사진을 보냈다. 반가운 톡을 보고 있는 데, 빨간 마스크의 여인이 알은체 한다. A는 한 동네서 살고있지만 긴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만나면 그저 손 흔들 정도로. 이젠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니, 마음 놓고 지난 일을 나누기 시작했다. 푸른 빛을 먹은 나뭇잎들은 푸른 그림자를 만들고 뻐꾸기와 참새는 싱어게인 중이다. A는 코로나 2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며 지냈다고. 외국 영화의 제목이나 주인공 이름까지 줄줄 외우며 그 줄거리와 영화평까지 말한다. 현대 상영한 영화뿐 아니라 흘러 간 옛영화도 자세히 이야기한다. 난 무엇을 했을까?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도서관에서 한번에..

관객과 배우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