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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읽는 기쁨을 영영회에게
    가족이야기 2010. 5. 25. 16:20

     

     

     

     

     시 읽는 기쁨을 영영회에게

     

     어제 늦게 시작한 비가 오늘 밤까지 그리고 내일까지 내린다고 합니다. 겨울 내내 목이 말라 고생하던 나무들에게 생수를 부어주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날에 친구들이 찾아와 인생의 첫 소풍 같이 신나하는 모습을 예감하여 먹 걸이 볼 걸이를 미리 대비하며, 헤어질 때 한보따리씩 안겨 보낼 가을 꾸러미를 준비하기 위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넓은 사과농장의 자투리땅에 허리를 굽혀서 고추 수십 포기, 가지 몇 포기, 도마도 몇 포기와 상추, 열무 씨앗을 뿌리며 빠른 손을 움직이는 이회장의 모습을 닥종이인형으로 구성해 봅니다. 웃음 속으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요?

     

     여기 문태준 시인의 <산수유나무의 농사>를 적어 보냅니다.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 된다 

     

     요즘 읽은⟪시 읽는 기쁨3 ⟫(정효구지음)이란 책은 시 그 자체를 '읽는 것'으로부터 '시를 살아가는 것' 으로 독자들에게 신세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깊고 넓은 이해를 가지게 하며, 그 시의 참 맛을 느껴 기쁨을 주고, 또 그 것을 즐길 줄 알게 되어 행복감을 안겨주는 또 다른 '하나의 서사시'를 읽는 것 같습니다. 위의 시를 정효구교수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농사란

    생명을 믿고,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열매 맺고, 생명을 이어가고, 생명을 베푸는 일이 농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명은 성장하고 그 성장은 차고 넘쳐서 다른 생명을 키웁니 다. 그런 점에서 농사는 자신을 키우는 일이면서 다른 생명을 키우는 일입니다..............

    문태준의 눈에는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는 산수유 꽃의 두터운 그늘이 아래쪽에서 보입니 다. 그늘이란 한 존재가 만들어낸 덕의 넓이입니다. .......하늘에 노랗게 핀 상향의 산수 유 꽃도 아름답지만 땅 위에 넓게 드리운 하향의 꽃 그늘도 아름다웠던 것입니다."(p35)

     

     이곳에는 별로 눈에 뜨이지 않은 아카시아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지는 못하였지만 향기를 멀리 멀리 내 쏟아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부디 사과농장에 고운 진주알들이 많이 매달려 나무 가지들이 땅에 닿을 듯 휘어져 빨간 그늘이 겹쳐지도록 짙게 희원합니다.

    (1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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