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로여사님께 보내는 편지

갑자기여인 2011. 3. 14. 14:55

 

로여사님께

 

편안하신지요?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살아있음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생략)

 

 

 위의 시는 이해인수녀님의 "봄이 오면 나는"이란 시의 일부분입니다.

못난 저는 꽃나무들을 따라 기침을 밤새도록 하고나니 아침에는 허리가 다 아프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별 일 없으시고 건강하시죠? 여전히 수업 많이 하시고, 약속이 많으십니까?

 

 

 

 

 

 

 

 

 

  작년 초여름에 로여사님께서 보내주신 화려한 서양란을 오랫동안 즐겼습니다. 정말 화사하고 멋이 있었습니다. 행복하였습니다. 감사한 말씀 다시 올립니다.

  산다는 것이 왜 그리 바쁜지, 허둥대며 살다보니,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거실로 들여놓지 못한 채 겨울을 지냈습니다. 어제는 날씨가 따뜻하여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몇 개 안되는 화분을 손질하였습니다.

 

  로여사님,

 아 글쎄요, 화려한 서양란은 이미 져버렸고, 그 화분의 굵은 지지대 아래에  작은 화분 몇 개 중에 두 개가 살아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신기한 꽃이였습니다. 화려한  서양란을 멋진 화분에 심으면서 그 연결 부분에 몇 그루에 작은 분을 겯들려 풍성한 난화분을 장식하였던 그것들이, 겨울 내내 죽지 않고 살아서 꽃을 피웠습니다. 이번 겨울 날씨가 얼마나 추웠습니까, 수도꼭지는 얼지 않게 양털방석으로 싸매주고 그 것도 모자라서 헌옷으로 그 위를 동여메주고 하였지요, 그렇게 모진 추위 속에서 참고 견디어 따뜻한 오늘의 예쁜 꽃을 피웠나봅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로여사님,

  늘 건강하시고

  흐르는 냇물에서 한잔의 물을 떠서 나누는 보살님의 사랑이 늘 넘치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