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주순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갑자기여인 2011. 3. 16. 12:52

주순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오늘이 마지막 꽃샘추위라고 합니다. 남편을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바람이 기분 나쁘게 차가우면서도 온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파트로 뛰어 들어오는데, 찬바람 속에 구수한 냄새 났습니다. 뒤 돌아보니 '한국 전통 호떡' 이라 붙인 삼색천막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였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좋은 일도 하고 맛도 볼 겸 집으로 들어와 돈을 가지고 다시 내려갔습니다. 천막 안에는 젊은 여인 혼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빵을 굽는 쇠판 8개가 한데 붙어 위아래로 뒤집어 가면 호떡이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끼고 있는 면장갑은 하얗다기보다 뽀얗고, 밀대와 밀판은 새로 구입한 것처럼 깨끗하였습니다. 그의 손놀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1개 얼마예요?"하고 물었더니,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냥 빵만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시 "아줌마, 천원에 몇 개에요?"하였습니다. 그때서야 그 여자는 벽에 붙어있는 < 4개~2,000원, 7개~3,000원, 10개~4,000원>을 가르켰습니다. 장애인이었습니다. 깨끗한 종이봉투에 따뜻한 호떡 4개를 싸주며 웃는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뜨거운 빵을 옆구리에 끼고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였더니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간단한 수화 몇가지는 배워야겠습니다.

 

 

 보내주신 이메일을 잘 읽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어느날 중학교 졸업식에 갔다가, 학교 운동장에 남아있는 <발자국>을 촬영한 것입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법정스님의 [ 버리고 떠나기 ] 에서.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 버리고 떠나기 ]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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