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봄편지 둘

갑자기여인 2011. 3. 30. 18:33

최교수님께

 

  지난 주초에 매화마을 광양에 다녀왔습니다. 얼마전에 공지영씨의 「지리산의 행복학교」을 읽고 교수님과 함께 "깊은 산을 등에 지고 맑은 강물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추운 겨울 다 가기 전에 탐매행을 같이 떠나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 사단법인대표자 모임은 광양만에서  열려 홍쌍리여사의 '매화'에대한 강의를 듣고 세미나도 가졌습니다. 

 

  분분한 청매화 사이로 보이는 섬진강 물줄기가  웬지 낯설지가 않고 분당의 탄천물같이 친근해 보였습니다. 그 것 주변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살아가는 섬지사(지리산과 섬진강에 사는 사람들)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미소와 휴식을 주었습니다. 한편 회색빛 도시의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는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여기저기 온사방에 조건 없이 피어 있는 매화꽃은 달인 쓴 한약 먹고 박하사탕 입에 넣은 듯 매화향기가 저의 몸과 영혼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최교수님

  이곳 청매실농원엔 아시다싶이 한국전통옹기가 3,000개가 넘게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매실들이 가득 담겨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다. 그런데 그 항아리들이 하나같이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 숫자가  많고 반듯이 줄지어 있는 것이 너무 도시적인 것 같아 다른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옆동산 뒷구석에 식초아리(?)들이 매화꽃밭에 놓여 있더라구요. 저의 집에도 1개  있는데요, 손위 동서가  돌아가신 시어머님께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면서 저에게 준 것입니다. 몇년전에 그 식초항아리(?)를  꽃꽂이전시회에 오브제로 사용하여 매화나무가지와 함께 구성한적이 있습니다. 바로 그 작품이 눈 앞에 자연적으로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황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돌아가신 친정부모님을 만나뵌 듯 반가웠습니다.

  자연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그 속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 자연을 닮으려 추구하는 경지가

한국꽂꽂이의 기본의도라 생각합니다. 어느 호텔 라비에 장식했던  오지그릇의 매화작품이 대자연 속에 놓여진 "자연미'를 재구성함을 새삼 느끼며 매화향기를 깊숙히 들여마셨습니다.

 

최교수님

  서른살이 채 안 된 매화도 이렇듯 진한 향기와 감동을 주는데 순천 선암사에 있는 300살 넘은 고매(古梅) 향기는 어떨까요?

매화는 가난하여도 일생 동안 그 향기를 돈과 바꾸지 않는다.( 梅花一生寒不賣香 )는 귀한 말을 한번더 되새겨봅니다. 사진촬영 기술을 많이 익혀 다음 기회에는 잘 찍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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