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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의 낙원 소록도를 가다/홍승숙
    한결문학회 2012. 5. 28. 20:22

    지상의 낙원 소록도를 가다.

     

    홍 승 숙

     

    아픔과 고통과 눈물을 상징하던 한센인의 땅 소록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못했다.

    참혹한 불치병으로 저주받은 이들이 강제로 격리 수용되어 외롭고 슬픈 세월을 살아가는 천형의 땅으로 멀리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곳이 우리나라 최상의 지상낙원이라는 친구의 소록도 예찬을 듣고 한 번 가보게 되었다.

    병원 입구에는 철저한 경비로 통행을 지휘 하고 있다. 관리과에 미리 예약한 덕분에 우리 는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가끔 한센인 들과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며 봉사하는 의료진이나 외국의 수녀님들, 자원봉사자들은 하늘에서 낸 성자 성녀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여기에 와 보니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밝고 따스하여 아! 이런 모습이 낙원의 한 요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구의 몸으로 전동차로 통행하고 있는 한센 인이나 집 앞 농사처에서 일하는 노인의 모습 까지도 밝고 온화해 보였다.

    차를 타고 경내를 샅샅이 돌며 특별한 사연의 역사적 현장을 돌아보았다. 굽이굽이 아리랑 길을 올라가며 멀리 공동 위령탑이 보인다. 이 길을 통해 세상과 이별한 11,000여명의 영령이 안장 되었다니 숙연한 마음이 든다. 연평균 60여 명 씩 화장을 했다니 그 높은 사망률과 그 속에서 함께 한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지금은 한센 병은 치료 종결된 3종 전염병으로 전국에 1500여명이 남아있고 현재 소록도에는 노인성질환 환자로 570여명이 살고 있다. 치료약이 없어 조기 치료는 불가능했고 영양 상태와 위생관념까지 열악한데다가 사회적인 무지 때문에 나환자가 그렇게 많았나 보다. 가족에게서 조차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천형의 문둥병자들의 슬픔과 아픔, 고통의 삶은 상상하기조차 괴로운 역사 속 이야기다.

    1916년 일본 침략시대에 이곳에 병원을 세우고 나환자들을 강제로 끌어 모았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세웠지만 당시의 약은 병균을 근치 시키지 못했다 병이 진행되어 진물이 흐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그들을 강제 동원하여 벽돌을 찍고 집을 지은 노역의 결과로 단단한 옛집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이용되고 있다.

    더구나 1936년에서 1940년까지 그들의 위안장소라 하여 연인원 육만 명 씩 동원하여 강제노역을 시켜 이 아름다운 중앙공원을 만들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다도해 연안 각 섬에서 끌어 모은 거대하고 특이한 암석과 일본과 대만등지에서 운송해온 희귀종 식물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마치 수목원을 연상 시킨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철마다 줄기와 가지를 다듬고 매만지며 거름과 물을 주는 고된 일을 손가락 없는 그들 팔목에 가위와 물통을 묶어 일을 시켰다니 아! 그 잔인함이여!

    이 길을 오르내리며 일본의 감시병들에게 채이고 매 맞으며 때로는 무서운 병고를 잊기 위해 중노동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도피처로 삼기도 했다. 더구나 당시엔 나환자들이 도망갈 수 없도록 돌 자갈 길로 만들었다니 그 고통이 짐작이 간다.

    공원의 중앙 정상에는 성모상, 그 아래 예수상이 있다 양옆에 붉은 단풍을 심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손을 상징한다. 창에 찔린 상처의 나무로 뾰족하게 다듬은 향나무가 있고 두 발이 못 박힌 자리엔 작은 돌탑을 겹쳐놓았다. 그 외에도 개선문, 촛대 등 설명이 없었다면 예사로 보여 지는 이 공원 의 정점이 되고 있는 이 뜰은 성당과 교회가 합작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환자들의 의지와 집념이 엿보이는 작품들이다.

    여의도 면적의 1,5배로 17개 마을이 있는 이곳에는 성당이 2개 교회가 6개 원불교 교당이 1개로 종교를 통해 그들을 위로하며 소망을 주려 했던 종교인들의 자취를 느끼며 賤國에서 天國을 바라보던 그들의 신심이 느껴진다.

    공원 곳곳에는 의미 있는 기념물이 소록도에 얽힌 비화를 밝히고 있다.

    특히 벽안의 세 수녀님의 헌신봉사를 기념한 Three Mother 공덕비!

    성취욕이 강했던 2대 원장은 극심한 폭정과 잔인한 노역으로 자기 동상까지 세우고자 하다가 한센병자 이춘상의 칼에 맞아 죽은 일이 있다. 후에 이를 기념하는 비를 세워 그 역사를 전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6세가 방문했던 성당과 기념비.

    보리피리로 유명한 한센시인 한하운의 대표 시 <보리피리> 詩碑

    求癩塔은 “나병은 낫는다.” 는 확신의 표현으로 미카엘 천사가 창끝으로 나병을 물리치는 조각상을 높이 세웠다. 밑면에는 사방 똑같은 문구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프고 슬픈 역사의 현장들을 찾아보았다.

    愁嘆場은 미감아 자녀들을 부모와 격리시키고 철조망을 사이에 둔 채 애처롭게 만나던 장소 다. 만져보지도 안아보지도 못하는 부모 자식 간의 애처로운 모습이 눈앞을 스친다.

    監禁室은 강제폭력과 인권유린에 반항하던 환자들을 가둔 감옥소로 조그만 다다미방 한쪽에 변기통이 있고 50여명이 앉아 새워야 할 정도로 좁은 공간의 방들이었다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수감되었을까 짐작이 간다.

    檢屍室은 시신을 해부하여· 각종 장기를 전시했던 진열장이 현재는 비어 있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환자 연구와 의약품 개발이 목적이라 했지만 핏물이 흐르던 골이 파인 해부 대를 보니 소름이 끼친다. 집단학살과 생체실험까지 있었던 극악의 시대였다.

    斷種室은 한센병 유전을 막기 위한 출산억제수술로 마취도 없이 손과 발을 움직이지 못하도 록 고정시키는 마치 단두대를 연상시키는 흉물 이었다. 그 한쪽 벽에는 단종당한 젊은이 의 절규하는 시가 걸려있어 보는 이를 애절하게 한다.

    이제는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 정비된 알찬 시설에서 최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소록도를 실버 요양소로 계획한다고 한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확 트인 시야, 잘 뚫린 도로 등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전국 89개 정착촌에 거주하는 한센가족들이 매년 창립기념일마다 이곳 초등학교 운동장에 함께 모여서 대 축제를 연다고 한다. 이번 96주년 기념일에도 4500여명이 참가할 예정으로 어느 집단보다도 결속력이 강한 모습이라니 바람직하다.

    아름다운 환경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서로 돕고 사는 마을 소록도! 아프고 슬펐던 과거는 사라지고 영원한 낙원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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