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백석 시인의 "고향"을 읽고서

갑자기여인 2012. 6. 3. 18:32

며칠 전에 우연히 백석시인의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란 시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백석시인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시집을 여는 순간, 백석의 영생고보 교사 시절의 사진이 눈에 번쩍 띄었습니다.

여러 사진 중에서 누구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저에게는 구십을 넘기신 큰오라버님이 계십니다.

그 오라버니가 바로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영생고보를 졸업하셨습니다.

고향이란 부모님이 태어난 곳, 그리워 돌아가고 싶은 곳,

지금 저에게는 사진 속에서 큰오라버니를 찾는 이 마음이 바로 '고향'인것 같습니다.

 

69쪽에 있는 '고향'이란 시는 정겹고 따스한 그리움으로 우리 아버지를 닮은 의원의 태도에서

이미 세상 떠나신 제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는듯 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 고 향-

         백석(白石) 1912~1995 본명은 백기행.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남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어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寞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 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북관- 함경도

여래- 부처를 달리 이르는 말

관공- 관우(關羽

막역지간- 허물이 없는 아주 친한 사이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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