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가랑비/김문한

갑자기여인 2012. 8. 25. 15:50

 

가랑비

 

                                      김문한(한결문학회 동인)

 

 

당신이 내게 올 때

예쁜 꽃이 되고

나는 철없는 나비가 되어

 

서로 엉키어

작은 일 큰 일을 수놓기에 바빴다

 

때로는 찡한 감동으로

삶의 찬미를 부르고

때로는 마음 아픈 일로 울기도 했지

 

산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일까

슬금슬금 흘러간 세월로

곱던 당신의 얼굴이

어느새 황혼으로 물들어 가는데

 

소나무 가지사이로

석양의 햇빛이 넘나들며

주방에서 일하는 당신에게 비칠 때

눈에 닿은 당신의 굵어진 손가락 마디가

내 마음을 시리게 하고

기진한 나비의 눈에 가랑비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