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극동으로부터 온 꽃>을 보고

갑자기여인 2013. 1. 24. 17:21

                         조 영 남 '겸손은 힘들어'展

 

                                                                                <극동으로부터 온 꽃> 을 보고

                                                                                                                

                                                                                                                                                                   이원화(한결 문학회)

 

   우연히 들어간 특별초대전은 퍽이나 특이하였다. 물론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만나게 되니 놀랍고도 반가운 마음이 앞장서게 되었다. 그것도 집 근처에서 말이다. 조영남의 '겸손은 힘들어'展이 열리고 있었다. 조영남 씨는 노래도 수준급이고 그림은 더 말할 필요 없으며 책도 여러 권 출간한 인물로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겸손은 힘들어"라고 고백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말 자체도 겸손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그의 작품은 매스컴을 통해 이미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란하고 야단스럽기까지 한 빛깔을 가진 화투에 자신을 끼워 넣은 그림을 보는 순간, 희미한 과거가 떠올랐다.

   아주 어렸을 적에 부모님으로부터 '화투'를 만지기만 해도 큰일 나는, 부정의 것으로만 알았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조영남 씨도 그런 식의 교육을 받아서, 화투를 금단의 물건으로 여겼기에, 지금은 그 반대로 화투를 이용한 작품이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쓴 웃음 지은 것은 숨 길 수 없는 사실이다

  

   전시장에는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40여 년 동안 활동해온 그의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합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짧은 나의 실력으로는 그 작품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작품 속의 소재들이 눈에 익어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중 고무신이나 콜크마개, 소쿠리, 기와집, 바둑알 등을 이용한 여러 작품보다도 빨간 사각테두리 안에 갇혀 있어서 어떻게 보면 애처롭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 여러 가지 형상의 화투가 화려한 불빛 속에서 재탄생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작품 중에서도 나를 매혹시켰다고나 할까.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하나가 있었다.

 

 

   형형한 꽃들이 흰 화기에 넘치듯 담겨 있는 작품 <극동으로부터 온 꽃>이다. 이름도 쉽게 알 수 있는 꽃들이 한 덩이로 뭉쳐있고, 또 그 속에 다른 하나가 포인트로 꽂혀 있어, 꽃꽂이 구성의 완벽한 형태를 갖춘, 라운드 부케가 꽃병에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만들어진 조화도 아닌 한낱 놀이용품을 가지고 이렇듯 생명을 넣어 살아 있는 듯이 신비감이 어려 있고, 향기가 나는 듯이 생화로 느끼게 했을까, 결혼식 바로 전에 곱게 화장 한 신부처럼 한결 맑고 밝은 색채로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을 표현했을까. 아름다움처럼 사람을 감동케 하는 것은 없으리라 생각 된다

   창밖에는 설편이 가득한데, 전시장 안에는 고향의 봄 닮은 꽃들이 혼곤히 피어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찮은 딱지 같은 화투가 조영남 씨의 특유성을 만나 특별하게 만들어지듯이 우리의 아주 평범한 일상도 변화될 수 있을까 마음 구석을 샅샅이 들추어 찾아본다. 그냥 전시장을 나와 버리기 섭섭해 가만이 또 한 바퀴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