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들/정란희관객과 배우 2013. 2. 15. 21:13
기픈시문학회 제14시집
『연애 이력서』 테마 : 연애
<사랑하는 사람들>
정란희 『한겨레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회 부회장.
한국예총성남지부 이사. 시집: 『분수의 노래』 외 공저 다수
올 추석에도 아버지 벌초는 되어 있었다
돌아가신 후 명절 때마다 우리보다 앞질러 벌초하는 사람
그가 누굴까 궁금했었다
말 못할 사연 있어 밤에 몰래 다녀가나
아버지의 청춘을 의심하였다
'명순씨께'
아버지 필적의 편지 몇 통
어머니 이름은 '순애'이건만 '명순씨'라니
스무 번이 넘은 이사를 하면서도 그 편지들을
비밀스레 40여년 간직했다
얼마 전에야
처녀 시절 어머니 이름이 '명순'임을 알았다
아버지의 로맨스는 싱겁게 끝이 나고 왜 이렇게
내가 외로워지는가
벌초하던 이도 아버지의 제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산소 관리하겠어요.'
이제는 아버지의 편지를 '명순씨'께 돌려보내고
꾹꾹 눌렀던 비밀 하나 허전하게 풀어버렸다
'외롭다 생각 마오'
아버지 비석 염려의 글귀
내 가슴 깊숙하게 파고든다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詩-피천득-번역시집 (2) 2013.02.26 죽변과 한 컷/이원화 (0) 2013.02.24 복을 담고 행운을 열다 (0) 2013.02.09 부엌에서 화(禍)와 복(福)이 나옵니다 (0) 2013.02.06 제주도에 핀 동백꽃 (0) 201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