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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설 전날/이원화
    관객과 배우 2014. 2. 14. 23:54

                                             설 전날

     

                                                                                     이원화

     

      2014년 정월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을 계획하고 즐거운 명절을 지냈다. 여인들이 음식 장만하는 부담의 스트레스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구정을 맞게 되었다.

      우리 가정은 이미 신정이란 행사를 끝마친 후다.

      그런데도 빨간 글자가 계속 사흘이나 표시되어 연휴를 보내게 될 것이다. 금년 설날은 함께 할 식구가 3명이 더 할 뿐인데 신경이 쓰인다. 자식들은 시어머니 생각한다고 음식을 장만해서 들고 오고, 또 와서 직접 만든다. 그래도 명색이 시어머니인데 기본적인 국이나 김치 종류는 준비하지만, 특별 식은 아니라도 한 가지 색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약식은 아이들이 한창 성장할 때 빼고는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았다.

      주재료인 찹쌀은 하루 전에 미리 물에 담가 놓고, 밤 껍질을 베끼고 대추는 돌려 썰어 손질을 했다. 전기밥솥에 불린 찹쌀에 황설탕, 간장, 소금 약간을 넣어 앉혔다.

    삼십 여분이 지나 완성된 약식을 먹어보니 찹쌀이 그대로 있다. 전기밥솥이라 뜸이 들지 않아서일까, 빨리 다른 냄비에 쏟아 물을 약간 뿌리고 뜸을 들였다.

      또 한 번 뜸을 들였다. 이젠 됐다싶어 먹어보니 푹 익지 않아 살캉살캉하고 간은 아주 달짝지근하다. 분명히 당도를 알맞게 했는데 너무 달다. 맛있으라고 대추를 너무 많이 넣었더니 그만 대추 단내가 난다.

      남편은 단 음식을 아주 싫어하는데, 이미 다 된 것 포기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남편에게 맛을 보라고 했다. 그는 보나마나 냄새가 좋지 않다면서, 곱지 않는 눈과 목소리로 갖다버리라고까지 한다. 나는 기가 죽어 안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망친 약밥을 어떻게 하지, 힘들게 깍은 옥광 밤과 가평 잣이 너무 아까웠다. 그것들만 골라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보였다. 그때다. 누가 와서 약밥에 참기름을 넣고 동그랗게 뭉쳐 잣을 뿌리며 약식은 이렇게 달아야 맛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웬 낮잠을 주무세요?" 하는 큰며느리의 목소리다. 그 순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살아오신 것 같았다.

     

      약식 만들면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갖게 되었지만  살림의 고수들이 이를 보고 얼마나 웃을까 나는 내가 부끄럽다.

    출처 : 한결문학회
    글쓴이 : 갑자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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