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수필 아포리즘_윤재천

갑자기여인 2015. 6. 16. 17:43

수필의 새로움을 여기서 찾다

『실험수필』 윤재천 엮음

                                 수필 아포리즘

                                          윤재천 (전 중앙대 교수, 한국수필학회 회장, 「현대수필」 발행인)

 

 11.수필은 도전문학

  아방가르드 글쓰기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몰두, 도전하

며 시도해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방가르드(혁신적) 정신만이 작가의 진솔한

내면을 보여줄 수 있어.

  작가에겐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이 필요.

  혁신적인 글의 세계를 열기 위해 모든 분야를 섭렵 시도해야 작품 속

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관과 세계관, 우주관이 배어남.

 

  12.수필은 광활 홑눈

    두 개의 눈을 갖고도 세상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한

개의 눈으로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그 눈은 개성의 눈.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에 따라 세상은 광활한 우주이거나 좁고 깊은

크레바스와 같은 암흑세계가 되기도.

    작은 것에서도 감동을 얻고 공감대를 확장시킬 수 있으면 성공한 작

품.

 

   13,수필은 마당놀이

    마당놀이는 연출자와 출연자 관객이 흥겹게 합일되는 화합의 광장.

    한마당 '얼~쑤!' 하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춤사위판.

    놀이판에서 탁 트인 마당과 함께하는 관객이 있어 명창의 소리가 돋

보이듯, 어울려 웃고 우는 화합의 마당놀이 퍼포먼스가 필요해.

 

  14.수필은 실험문학

   새로운 모색이 중요.

   수필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21세기 한국수필의 아방가르드가 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 지난 시대와는 다른 업적을 이루어낼 수 있어.

   새롭게 시도되는 아방가르드수필은 아류(亞流)의 전사가 아니라 수필

의 발전을 위해 환골탈태하는 변화의 주전자(主戰者).

   전사(戰士)의 모습으로 전통의 통념에서 벗어나 앞서가는 작품을 쓰게

되면 수필의 영역 확대발전.

 

   15. 수필은 개성문학

    자신만의 시력과 사고를 잃을 때 글은 생동감이 없어지고 온갖 상식

이 요동.

    작품을 잘 쓰기 위한 몸부림 자체가 기념비적 작품으로 이어져.

    야수파의 창시자 마티스처럼, 입체파의 창시자 피카소처럼 직선적인

글보다는 곡선적인 글이 되어야.

 

    16.수필은 힐링문학

    치부를 들어낼 만큼 솔직한 글.

    우회적 진실이 아닌,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음으로써 깊은 상처를 치료

 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

   동병상련의 독자에게 위로가 됨.

   감상을 넘어 냉철한 사유와 통찰로 수신(修身)에 이름.

 

   17. 수필은 이단자

   혁신을 위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야.

   긍적적인 이단자가 되지 않으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가 없어.

   사실만큼 기록하고 사실의 표출을 생명으로 하는 선입견에 얽매이면

제자리걸음.

 

   18.수필은 미래파

     과거에 얽매이지 말아야.

     미래지향적 주제의 모색과 과감한 장애요소의 타파, 분명한 자기목소

 리로 편견에 머물지 않는 정신이 반영된 작품만이 생명력 있는 수필.

     잘못된 고정관념에 갇혀 있으면 정체에 빠져.

     우리에 갇힌 호랑이와 야생의 호랑이의 성정이 다르듯 길들지 않은

 야생호랑이처럼 마음껏 뛰고 자신의 기량을 시험해보는 작가정신이 필

 요.

 

   19.수필은 전위예술

    모든 예술장르에 폭넓은 관심을 둬야.

    실험을 위한 도전정신과 자유정신,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

 를 지향하며 발돋음할 수 있어야.

    상상력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된 신성한 생명력.

 

   20.수필은 총천연색

    금기(禁忌)가 없는 문학.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열린 사고로 다의성을 인

 정해야.

    흰색, 청색, 황색도 아닌 총천연색이 수필.

    색상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또 다른 소통의 방식이며 그것을 고

 유한 인식의 범위 안에서 수용하고 해석해야.

    수필은 가을 산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찬란한 빛깔로 어우러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