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우환 시집_<멈춰 서서>_세월, 눈길

갑자기여인 2016. 4. 20. 21:53

 

존재 본연의 모습과 마주치게 하는 철학적 사유의 시집

익숙한 언어로 낯섦의 미학을 구현하는 이우환의 시집

 

 

 

『멈춰 서서

세월

 

이우환(미술가 1936~ )

 

 

    소년 시절 나는 생각을 담아 하늘을 향해 곧잘 돌을 던지곤 하였다. 그러면 돌은 필사적으로 공기를 가르며 날아올랐다가,

이윽고 지상으로 선명하게 떨어져왔다.

   그런데 돌과 함께 던져 올린 갖가지 나의 사념들은? 무중력의 머나먼 행성에서처럼 모두 둥실둥실 날아가버려 그 행방조차 알 길이 없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양손에 어깨에 자꾸만 쌓이는 것이 있다. 납가루 같기도 하고 빛 조각 같기도 한 무언가  희한한 것이, 무척 그리운 양 내 언저리에 끊임없이 내려앉는 것이다. 

 

 

눈길

 

  언젠가 내가 돌을 보고 있자니 눈길은 돌 저쪽으로까지 꿰뚫어 나가고 동시에 돌의 눈길 또한 내 등 뒤로까지 꿰뚫어 나가

는 것이었다

      이윽고 두 개의 눈길이 서로 뒤돌아보았을 때 그 곳엔 나도

돌도 없고 투명한 공간만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