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고 심치선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갑자기여인 2018. 1. 4. 01:54

 

故 심치선 선생님

 

삼가 하늘나라로 가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신문에서 부음을 읽고, 사진속 선생님의 모습은 제 마음 안의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이화여자고등학교 동창회보 『이화동산 』에서 선생님은 핑크빛 옷차림으로 미색머플러로 목련꽃무늬투피스로 초록빛 반코트로

빨간 블라우스로 보라빛쟈켓으로 이화의 딸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선생님은 유학을 마치고 처음으로 이화여중에 교편을 잡으셨습니다.  그 때 중학2년생들은 본교에서 수업을 받지못하고 자하문쪽 임시가건물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한창 사춘기의 저희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선생님께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조용히 미소만 지으시던 선생님은 노랠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 바우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

   고개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임 그리워 그리워 눈물납니다 "  

 

모두 박수를 치며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선생님은 우리들의 우상이고 꿈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않아 선생님은 대학으로 가셨습니다.

 

세월이 강을 건너고  바람이 흘러흘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로 오랜동안 재직하셨고 다음에 이화여고 교장으로 부임하셨습니다.

졸업한지 이십오년이나 된 저에게 하나님의 작정으로 이화여고 꽃꽂이 특활반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매주 한 번씩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과의 만남도 좋았지만,

강의 끝내고 특활일지 쓸 때면 웬지 자리가 불편하였는데, 교무실 아르바이트학생이 와서 "교장실에 들렸다가시래요"하는 말에 어깨가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따뜻한 한 잔의 차는 선생님의 마음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헤어질 때는 무엇이든지 제 손에 들려주셨습니다.  

 

헌신과 섬김을 다하신 심치선 교장선생님

참다운 외골수 교육생활에서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말기에 있었던 일, 이 땅에서의 잠시 나쁜 꿈으로 지워버리

아름답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주님 오라 부르시어 먼저 가신 이/말씀따라 충성하신 복된 한 평생

 한결같은 믿음으로 승리한 삶을/우리 모두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