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또 다시 목성균의 <행복한 군고구마>를 읽으며

갑자기여인 2018. 1. 11. 21:16

 

          

                                                                                                                               ↘ 故 목성균 수필가 (32선우명수필선에서)

 

 

 

 

 

            강추위 덕분에 방콕 중, 군고구마가 먹고 싶어졌다. 머리를 싸매고 또 싸매고서 고구마 몇개를 사왔다. 호박고구마를 보는 순간 웬지 정다운 웃음이 일어난다. 미남형은 아니지만 투박하게 잘 생긴 어느 작가를 떠올리게 했다. 고구마를 불에 올려놓고 목성균의『행복한 군고구마 』를 찾아 읽었다. 작가는 강릉영림서 진부관리소 말단직원으로 있을 때의 얘기를 풀어놓았다.

 

           작가의 집은 읍내 밖 진부농고 뒤에 있는 농가의 바깥채였다. 그는 직장을 버스 정거장 앞을 지나서 논둑길을 건너가곤했다. 눈 속 깊이 잠들어 있는 버스정거장 모퉁이에는 수족을 잘 못 쓰는 아주머니가 군고구마 장사를 하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군고구마가 팔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아주머니 앞을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늘 몇 알의 고구마를 사서 오로지 신랑만을 기다리고 있을 새댁에게 주기 위해 가슴에 품고 왔다. 그 행복감은 따뜻했다. 먼 바다에 나갔다가 포구의 등댓불을 지향하고 돌아오는 작은 만선의 어부 마음처럼.

           늦은 어느 밤이었다. 산맥들도 칼날처럼 등성이를 세우고 별들도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 날, 고구마도 몇 알 더 사고 아주머니에게 개평을 몇 푼 줄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정거장 모퉁이까지 왔는데, 아주머니 대신 웬 어린 소년이 있었다. "영림서 아저씨이에요? , "아저씨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감기 결렸어요" 라고 한다. 아주머니는 그의 행복감에 차질을 주지 않으려고, 고구마가 안 팔리는 추운 겨울밤에도 몇 시간씩 그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준 것이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다시 고구마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고스톱를 치면서 아주머니를 늦게 모퉁이에 세워 놓지는 않았다. 일찍 그 앞을 지나서 군고구마를 안고 아내를 기쁘게 해 주었다. 장중한 태백산맥에 둘러싸인 겨울밤의 작은 산읍, 칠천 몇 백원짜리 말단 공무원을 지낸 그는 아주머니의 행복한 고구마가 먹고 싶다고 결론을 맺는다.

 

             이들은 돈 때문도 아니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도 아니게, 서로가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음을 알 수 있다, 밤 늦은 시간에 손님이 없어도 반드시 고구마를 사가는 손님을 위해서,  아무리 힘들어도 단골에게 따뜻한 군고구마를 쥐어주기 위해 늦은 밤까지 기다려주는 아주머니, 다음부터는 군고구마를 일찍감치 샀다는 손님, 이 모두가 따뜻하고 정다운  인간애 넘치는

'휴머니티'다

              휴머니즘이란 단어조차 잊혀져 가고 있다. 휴머니즘은 우리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사랑,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크게 사랑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때 세상은 기쁨이 넘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