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김성우 단장집_<<수평선 너머에서>>

갑자기여인 2018. 8. 30. 14:17

『수평선 너머에서』김성우 단장집

 

책머리에  

 

                            모랄리스트의 선풍을 위하여

 

1.

세상이란 어떤 곳인가,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만인(萬人)의 만문(萬問)에는 만답(萬答)이 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는 우문이라고 한다.

 

세상은 있기 나름이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이다.

세상은 자기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

나 없이 세상은 없다.

 

나는 평생 생각했다.

나는 하루 한 줄씩 생각하고 하루 한 줄씩 일기처럼 썼다.

 

2.

누군들 생각하지 않으랴.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고 표현하는 기법이 다를 뿐이다.

세상은 정면으로 쳐다보면 태양을 쳐다보듯 보이지 않는다.

"누이의 어깨 너머 누이의 수틀 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은 보자." [서정주, 「학」]

 

다면체인 세상은 평면적인 채색으로는 그려지지 않는다.

무수한 색점들을 병치시킨 인상파의 점묘 화법으로 세상의 인상을 스케치한다.

 

단편(斷片) 속에 전경이 있다.

단답 속에 명답이 있다.

 

3.

문약의광(文約意廣)이라고 한다.

글은 간략하되 뜻은 넓다.

글이 짧을수록 생각은 넓다.

"정확한 것은 짧다." [조제프 주베르,「팡세」]

 

시를 산문으로 쓴다.

산문을 시보다 짧게 쓴다.

 

아포리즘 형식은 인삼 엑기스 같아서 물을 타지 않으면 입에 쓰다.

 

......

 

6.

"프랑스의 대작가들은 다소간에 다 모랄리스트다."[발레리]

프랑스의 영향으로 구미의 다른 나라들에도 모랄리스트는 산재한다.

우리나라에는 모랄리스트의 문풍이 없다.

이 책은 우리나라 모랄리스트의 신풍을 위한 한 모형이다.

                                                               2018.3

                                                              욕지도 '돌아가는 배'에서 /김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