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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고 가을도 가네 (1)통나무 토막 3형제수필은 시도다 2020. 12. 9. 00:28
동네 마켓을 한 번 둘러보고 그냥 집으로 와 저녁밥을 지어먹고,
TV 앞에 앉아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싫건 보며 부러워합니다.
긴 겨울밤 그냥 있을 수 없어 찹쌀떡 렌지에 넣고 무우 깎아먹고,
뉴스 보고.
빵 구워 야채 몇 잎 넣어 아침으로 먹고 설거질하고 신문 첫 페이지를 지나 쭉 지나 마지막의 전 페이지를 봅니다.
그때 카톡의 무료 전화가 옵니다.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살림꾼 친구가 "얘, 김장했니?'' 묻네요
"무슨 소리하느냐"하며 동네방네 수다 떨다가 부랴부랴 점심은 쌀밥으로 지어 먹고, 뉴스 보고.
어쩔 수 없이 늘 반복되는 생활
거리두기 2.5단계는 물론이지만 힘든 감정이 잘 다스려지지 않을 때 아무런 욕심 없이 걷기 시작합니다. 한 달 전만 해도 길 가에는 느티나무가 울긋불긋,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단풍나무가 붉은 꽃을 피었었는데,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는 조지훈 시인의 시처럼 나뭇잎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었습니다.
땅바닥에는 낙엽들이 노예선을 타고 가는 듯 슬퍼 보입니다. 그 속에 맑은 나이테가 보였어요. 또 있습니다. 1개를 두 손으로 들어보았습니다. 단풍나무 토막이었습니다. 길이는 넉넉히 3뼘 정도였고요. 마음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큰 느티나무 아래 나란히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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