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태원 참사, 같이 아파하고 인내하는 것

갑자기여인 2022. 11. 2. 21:43

11월 2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특별기고

"이태원 참사, 지금 할 일은 같이 아파하고 인내하는 것" 에서 옮김 

 

"지난 29일밤 서울 이태원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푸릇한 어린 청춘들에게 벌어진 거짓말 같은 소식에 아마 모든 국민의 마음이 무거우실겁니다. .......정신과 전문의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추가적 아픔이 연쇄적으로 이어지 않기 바라는 심정으로 지금 우리가 겪는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마음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1.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지금은 그걸 궁금해하고 원인을 파헤치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직후에는 그저 모두가 같이 아파하고 서로를 위로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널리 퍼져 모두의 아픔이 반복됩니다.  2. 핼로윈 파티에 가서 사고를 당한 어린 친구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마십시오.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또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그저 불행한 사고일 뿐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훈계할 일이 아닙니다. 당신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생각은 잠시 접어두세요. .3. 응당 마련했어야 할 대책이나 앞으로의 재발 방지에 대해 굳이 설교하려면 슬픔과 애도, 존중의 시기가 끝나고 하시지요.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기간은 최소 두 달 이상입니다. 적어도 이 동안에는 함부로 남 탓이나 비난을 해서 쓸데없는 불신과 분노를 조장하지 마십시오.   4. 이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제발 제발 멈춰주십시오......5. 타인의 아픔과 불행에 대해 제삼자가 해야할 일은 오직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을 존중하고, 아픔을 보듬는 것입니다........ 모두의 아들, 딸이 그날 밤,그곳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말을 멈추고 함께 아파하고, 같이 견뎌냅시다. .....재난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힘은 한사람 한 사람을 향한 존중과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또한 그것이 황망하게 져버린 어린 청충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종석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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