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재무/ 십일월 외 1편

갑자기여인 2022. 11. 7. 20:41

<필사>

 

이재무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 중에서

 

「십일월」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은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기도 」

 

    기도란 무릎 끓고 두 손  모아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

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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