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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하나뿐인 그림자 나무
    수필은 시도다 2024. 12. 29. 21:26

             며칠 전 탄천의 징검다리 건너 미금역 방향으로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라 조용하고 햇볕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어요. 잠시 앉은 벤치, 빈 어린이 놀이터와 공중화장실도 조용했습니다.

             그곳은 작은 음악회나 운동회를 열어도 될 만한 크기의 둥근 잔디밭이 있었어요. 그 둥근 잔디밭 둘레엔 여러 가지 나무들이 쭉 둘러 있고. 한쪽엔 몇 그루 작은 나무도 있었지요, 조용하고 따뜻하고 사람들이 없어 못난 노래 부르며 그 둥근 원을 따라 가볍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 바퀴를 돌고 두바퀴,

             문득 뒤편에서 강한 빛이 쏟아져 저도 모르게 얼굴을 돌렸습니다. 글쎄, 큰 나무가 잔디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보였어요. 놀라 자세히 보려고 핸드폰을 열었지요. 

     

             곧고 긴 가지에 셀렘잎 같은 큰 관엽 잎이 양쪽에 달려 있었어요. 정신없이 이 풍경을 찍고 있는데, 어떤 분이 그 큰 그림자 잎을 밟고 지나가고 있네요. 이 당황스러운 찰라!  신기하고 또 아름다워서 다시 다시 보니, 잎이 다 떨어진 어린 느티나무 가지 끝부분에 풍성한 단풍잎들이 뭉치가 되어 하나의 큰 잎을 만들고.

       

             오후의 태양 빛이 만든 '그림자 나무'였어요. 그 '그림자 나무'는 다시 오지 않은 오후 2시 33분으로.

    겨울 산책의 큰 축복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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