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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소녀/김광규
(시인 김광규는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및 동대학원 독문과 졸업,독일 뮌헨에서 수학)
가을이 깊어가며 갈잎나무들
하나씩 둘씩 잎 떨구기 시작하네
뿌리 박은 땅 덮어주려는 듯
추워질수록 서둘러 옷을 벗네
마침내 그들의 낙엽으로 대지를
두둑이 덮고 알몸으로
수천 개 수만 개 팔을 벌리고 서서
눈 비 바람 맞으며
혹독한 추위를 견디네
순교자 같은 갈잎나무들 모습
거룩하고 아름다워
멀리서 몸을 숨긴 채
조촘조촘 다가오는 봄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