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비비추'의 사랑이야기

갑자기여인 2009. 8. 5. 18:01

    아래 그림은 큰 나무 아래서 피고지는 '비비추'의 그림입니다. 늘상 흙바닥으로 채워져있어 별로 눈여겨 보질 않았던, 습지고 그늘진 곳에,  마치 바닥에 공기돌을 감추듯이 펼쳐진 잎들 속에, 예쁜 '비비추' 꽃들이 각도를 맞추어 피었네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오래 전에 선생님이 보내주신 김남조 시인의 14번째 시집 「희망학습」이 생각났습니다.

 

  풀에게

 

   니네들 지금 뭣 하는 짓인가

  

   대지의 살결에

   등뼈를 곧게 눕히고

   기쁜 초록빛

   해일로 해일로 일렁이면서

   수상쩍게 고요하기만

 

   예수의 몸을 치던

   서른아홉 번의 채찍,

   그 서른 아홉 번을 낫으로 잘라도

   퍼렇게 환생하는

   대지의 연인.

   정년 못 말리겠는 순정이로구나

 

   햇빛 가루 속에

   몰래몰래 풀씨 섞어

   휘파람 날리면서

   초록의 피 질펀히

   초록빛 전율 한바탕이로구나

 

   참깨 쏟아지듯

   작도칼날에서도

   새 씨알 부스스 부스스 떨구이는

   니네들, 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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