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나무 십자가'

갑자기여인 2009. 8. 20. 12:56

     Harry에게,

 아래 그림은 지난 5월 29일 부터 6월 3일까지 E여자고등학교 백주년기념관 전시실에서 전시되었던 작품 중에 하나이다. 꿈 많던 학창시절을

 밑거름으로, 자랑스럽게 살아온 동기들의 삶이 녹아있는 귀한 작품들을 모아서 모교에서 전시회를 가졌단다. 그림, 서예, 행복요리 등  서적, 도자기, 한복, 털실자수, 노리개, 궁중의상 등으로 재주 많은 동창들의 솜씨가 대단하였다. 그 중에 제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무십자가>이다.

 

   십자가는 문자적인 의미로 그리스도의 죽음을 상징하며, 상징적인 의미로는 그리스도의 고난, 구원, 의무, 화해를 나타내고 있다. 분투와 승리, 평안과 위로, 주와 동행, 시련과 극복, 제자의 길, 고난 등이  십자가 밑에서 불리워지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것이지.

 

  그런데 왜 <나무십자가> 작품 앞에서  머믓거리며 그 곳을 떠나지 못했는지, 40여년 이상을 나뭇가지와 절화를 만졌는데, 살아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서 선(線)을 만든답시고 곧은 선, 굽은 선, 휘인 선 등 많은 가지를 자르고 또 잘라서 유한(有限)의 작품으로 이용 후 없애버렸는데.

 

  여기 <나무 십자가>는 죽은 가지들로 새로운 십자가의 생명을 품어, 보는 이들에게 놀라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구나.

다래나무, 소나무, 찔래나무, 포도나무 등 구불어지고 비틀어지고 썩은,  다시 말해서 온전하지 못한 생명체가 없는 나뭇가지로 여러 모양의 십자가를 만들어  거기에 이름까지 붙여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가의 믿음을 우린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단다. 또 부끄러웠단다.

 

  Harry야

많이 바쁜 줄 안다.

가끔씩 들려서 이 귀한 <나무 십자가>를 만나보도록 하여라.

 

  

 

 

 

 

 

 

 

 

 

 

작 가 :  채 희 군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