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남편을 80억원에 산 어느 여류 시인

갑자기여인 2009. 12. 11. 13:27

    ....................................................................삶의 무대는 두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장자리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 아닐요?

   .....................................................................《 관객과 배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남편을 80억원에 산 어느 여류 시인>

            '9월이 오는 소리'를 읽고서

   시인이며 수필가인 곽 민 선생님의 수상집 "남편을 80억원에 산 어느 여류 시인 중"에서 '9월이 오는 소리'는 낭만이 있는 연인들의 사랑스런 소리가 아니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으로, 아름답게 늙기 위하여 뭉쳐진 이 세대와 공감대가 같은 사람으로서 이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깊게 적시게 되었습니다.

 

 

 

"엄마 가신 지 이제 30년이 되었으니 휴가 한 번 쯤 받아오실 수 도 있을 텐데... 단지 아이 낳았다고 엄마가 되는 그런 엄마가 아 니셨기에,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분이기에 휴가를 주실 만도 한데... 길이 멀어 못 오시는 건 아니겠지요.

엄마! 이 지상에는 별의별 것들이 다 발달되어 못하는 일이 없는 데 엄마 계신 그 나라는 팩스 한 대도 없답니까? 왜?

어머니와 이별한 지 벌써 30년이 흘러서 혹시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다 잊어버릴 까봐 또 나의 시간이 60~70마일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내가 건강할 때에 빨리 휴가를 내어서 오시라고요,

어느 5월 어버이날 빨간 카네이션 1송이를 달아드릴 길 없어서

"그래도 그리운 맘 견딜 수 없어 가슴에 베개 고이고 소파에 다리 올려놓고 머리를 마룻바닥에 대고 반 물구나무를 서보았답니다."

거꾸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머니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아서, 시간이 거꾸로 가서 살아생전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구나무서기를 하셨나요?

눈물이 앞을 가리며 가슴이 메어져 오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습기 찬 목욕탕 거울에서 머리염색을 하여 머리를 올빽한 제 모습을 보고 갑자기 "아버지가 왜 저기 계시지?"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목 놓고 운적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나이와 같아진 막내딸인 작가는 그리움에 가득 차서

"며칠간만 다녀가시면 안 될까요? 하는 말은 저도 하고 싶은 말입니다.

첫째 날엔 어머니 얼굴 실컷 부비면서 얘기하고 싶고, 유행가 가사처럼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습니다. 세상의 자존심, 체면, 인격 다 벗어버리고 완전한 순수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둘째 날엔 엄마랑 목욕탕에 가고 싶은 마음, 여인들이 발가벗는 다는 것은 정말 엄마하고나 하고픈 순수한 행위입니다. 엄마의 은비녀를 깨끗이 닦아 반짝반짝 빛나게 해드리는 것은 고생만 하시는 엄마를 호사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셋째 날엔 무색옷만 입으시는 어머니께 색상 고운 옷으로 화려하게 꾸며드리고 싶고, 화장기 없는 모습에 곱게 연지분 발라드리고 싶습니다.

넷째 날엔 더분더분 못 잡수시던 엄마의 입맛에 맞는 음식, 잘 말린 황태로 만든 음식은 그 당시 최고의 반찬이었죠. 시부모님과 여러 형제들과 자식들 사이에서 그 황태 찜을 어머니까지 잡수시질 못하셨던 것이죠. 제가 어린 시절에 우리 집에서 닭을 잡으면, 어머니께서는 늘 닭발만 잡수셔서 그 것을 좋아하시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철이 한참 없었던 것이죠.

다섯째 날엔 엄마에게 이것저것 해달라고 재료를 내놓을래요.

막내기질이 나오는 거죠.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스스로 무엇이든지 못하고 어머니를 종 부리듯이 하던 버릇,

정말 못된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엄마, 그렇게 닷새간만 다녀가세요. 제발요...

소리쳐 봅니다.

작가의 마음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