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저녁으로 우리는 <라그라스 길>를 걷고 있다. 탄천을 끼고 걷다가 돌덩이 다리를 건너서, 오른편으로 탄천을 내려다 보며 나무들의 자연적인 아취 속으로 마음으로 손 잡고 걷는다. 아취의 오른쪽은 벚꽃 나무가지들이 팔을 둥굴게 올리고,
왼쪽은 단풍나무와 자작나무들이 소녀들이 발래하듯 서 있다. 그 속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보다 온통 얼굴을 싸매어 미이라 같은 사람이 더 많다. 왜들 그렇게 하고 다닐까?
우리는 첫사랑 만나는 설레임 같이 바쁘게 걸으며 둥근 아취와 둥근 모퉁이 길을 돌아서 돌계단으로 내려갔다.
구미교가 보인다.
거기서 좌회전을 하면 바로 <라그라스> 무리 떼가 펼쳐있다.
양팔을 수평으로 펴고 걸어도 팔에 닿는 <라그라스>는 없을 정도로 키가 60~90cm이며,
한 뭉텅이 뿌리에 5~13개정도의 꽃송이가 피어 있다.
두 길이 나 있다. 하나는 돌길이고 또 하나는 흙길이다.
한쪽은 넓적한 돌을 듬성듬성 깔아 놓았고 또한 길은 한사람이 지나가기에는 좀 좁은 듯 모델같이 일자로 걸음을 걸어야한다.
<라그라스> 꽃 사이로 지나가도록 만들어 놓은 돌길이지만,
가을 볕에 깔끔하고 반짝거려 밟고 가기가 아까워서
잠자리 같이 날아가고 싶어진다.
가을 바람이 분다.
<라그라스>는 강아지풀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타원형의 꽃송이는 부드럽게 털이 나 있어 솜털 처럼 느껴진다.
학명이 Lagurus Ovatus, 영명은 Hare's Tail Grass, Rabbit Tail Grass, 토끼꼬리풀이라고 하며
꽃말은 ' 당신의 친절에 감사한다.'
오후 5시에 집을 떠났다.
탄천에 있는 구미교를 못미쳐서 좌회전한다. 동막천을 향하여 <라그라스> 무리와 함께 한참을 걷는다.,
쭉 가다 보면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 같은 곡선의 다리 낙생교 밑을 지나게 된다,
그 낙생교를 지나자마자 동막천 냇가 바로 곁으로 접어들어야
<라그라스>무리들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하루 끝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석양 빛을 품은 <라그라스>들은
찬란한 황금꽃으로 변신하고 있다.
낙생교를 지나고 동막교를 지나서 동막 1교에서 유턴하여 돌아오면 동막천에서 놀고 있는 잠자리떼를 만난다.
물이 맑고 고요해서 잠자리 한쌍이 날개깃을 말리고 있다.
수채화같은 <라그라스>의 색깔을 무슨 톤이라고 하면 좋을까?
<라그라스>의 잎사귀는 편평하며 부드럽고 폭이 좁다. 말린 소재로 사용 가능하다.
동막천 냇가 양편에 피어있는 <라그라스> 꽃송이여 그네들이 바로 가을입니다.
그 <라그라스>를 사랑하는 우리도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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