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탄천의 돌덩어리

갑자기여인 2011. 6. 24. 23:55

 

탄천의 돌덩어리

 

                             이 록

 

 

 

탄천길 걷는데 새로운 재미가 하나 생겼다. 탄천길은 사람이 걷는 길과 자전거 전용도로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그 두 길의 틈 사이에 심어놓은 꽃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어느 화가의 계획된 그림같이 씨를 뿌려놓은 것이 직감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어제는 패랭이의 보라색 꽃이 피었고 오늘은 꽃양귀비가 빨갛게 설레임을 주며 피어있다. 또 금계국이 피어 기다림도 조금 주고, 내일은 또 다른 끈끈이대나물이 어떻게 필 것인지 기다려진다. 이것은 수지구 건설교통과가 조성해 놓은 '계절마다 피는 들꽃 야생화'길이다.

탄천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딸아, 너희 둘이 짝꿍해라, 엄마는 아빠와 짝꿍 할께"

"한 손으로 임신한 배를 감싸고 또 다른 손으로 쌍둥이 유모차를 끌며 으스대는 임산부, 연인들, 친구들

이렇게 정겨운 모습들이 탄천 둘레에 행복과 사랑으로 날아다닌다.

"어머 예뻐요, 요것들 좀 봐요". "정말 예뻐요"라고 호들갑을 떠는 소리마저 어여뻐 보이는 들꽃길에 눈을 떼지 못하며 걷는다. 키도 조그마하고 돌쟁이 아가 옷에 달려있는 단추 크기의 꽃들이 파스텔 색으로 피어있다.

"어머 이건 뭐야" 찡그리듯 허접스런 소리가 튀어 나온다. 아기자기한 야생화 꽃밭을 지나는데, 난데없이 큰 돌이 길을 막는다. 소똥 모양의 돌덩어리가 외계에서 날아온 듯 미련하게 얼굴도 없이 자라잡고 있다.

돌덩이 한복판에는 "…………… , 여기부터 성남시입니다."

또 건너편의 돌덩이 위에도 "……………. 여기까지 성남시입니다." 라는 문신이 검푸르게 무서운 표정으로 씌어져 있다.

 

 

 

 

 

 

 

탄천은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즐기는, '맑고 깨끗한 생활의 터전'이 되고',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인데, 큰 돌덩이로 지역 경계표시를 한 것은 아름다운 탄천의 분위기와 맞지 않고 거부감마저 주어 매우 안타깝다. 좀 더 지혜롭게 표시하면 안 될까? 건너편 틈새 길에 노랑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낮게 피어있다. 계속해서 과꽃, 구절초, 꽃창포, 딱지꽃, 춘자국, 쑥부쟁이가 연속적으로 자연의 순리대로 꽃피우려 기다리며 성장하고 있다. 탄천의 꽃밭이 총천연색의 시네마스코프처럼 상영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연속 상영 중인 야생화 꽃길을 감상하기 위해 탄천길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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