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자(2)
이 록
꽃잎이 나는 좋다
꽃이 피지 않는 나무를 사랑하지 않는다
꽃잎이 없는 나무는 꽃 그림자가 없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질 때면
꽃바람으로 내려앉아
예쁜 꽃 그림자를 만든다
산수유는 개나리 그림자
벚꽃은 물방울이 겹친 무늬 그림자
쪽동백나무는 아가의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으로,
어디,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는가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무에 매달려 창문 활짝 열어놓은 꽃보다
조용히 떨어진 꽃잎이 만든 자리가
더 예뻐 보인다
한잎 위에 한잎
두잎 위에 두잎이
서로 엉키듯이 맞닿아
흙에 젖어
예쁜 물기가 숨어 있는
꽃나무 그림자다. 그것을
어디, 예쁘다 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늘 젖은 여유 속에서 씨앗을 틔우는
그런 꽃자리가 나는 좋다
2011년6월2일 쪽동백나무, 갑자기 촬영
2011년 4월 27일 벚꽃나무, 갑자기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