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이원화
막내야, 나의 삶은 어린 남편과 칠남매 거느리고
신의주에서 제주도까지, 길 위에서도 자식 잃으며
한마음으로 뛰었었다
전쟁과 피난, 절망과 희망의 주인공이듯 밤낮없이 뛰었다
막내야, 슬픔과 고통도 모두 아름다웠다
어린 막내야, 이제 반세기 동안 멀리 떨어져 있구나
내 영혼과 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내 막내야, 너의 만년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용히 뜨겁게 살다 오렴
살아있는 생명은 눈부시게 찬란한 것
너를 잉태할 때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고 있지
마음과 몸에 온 열정 쏟아붓고
다시 피어나라
무엇을 주저하고 망설이니
막내야, 너의 삶은 너의 것이다
행여나, 그리지 못하는 그리움을 찾아
울거나 잠 못 이루는 밤을 갖지 말아라
다만, 하늘빛 과꽃이 피거든
거기 내 사랑 있으니 찾아보렴
막내야, 내 곁으로 올 때
이름표를 꼭 달고 오너라
사랑한다, 내 막내딸아
2011년 5월 26일 집 앞에서 갑자기 촬영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계국과 개미 (0) | 2011.06.15 |
---|---|
꽃그림자 - 이 록 (0) | 2011.06.15 |
기형도 시인의 '꽃' (0) | 2011.05.30 |
민들레 속씨되어 (0) | 2011.05.29 |
사과꽃 향기 (0) | 2011.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