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관음죽에 '물방울이 아닌......'

갑자기여인 2011. 8. 4. 13:40

 

관음죽꽃에 '물방울이 아닌…'

 

 

   살다보면 대단하거나 큰일에서보다 보잘 것 없이 아주 작고 평범한 일에서 더 깊은 감명과 기쁨을 얻는 때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뒤돌아서는 데 바닥에 이상한 것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장마철에 웬 벌레가 생겼나 긴장하며

그 것을 집어보았더니 벌레는 아니고, 아주 작으면서 끈적거리는 검은 이삭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초여름에 작은 아들이 출장 왔을 때 관음죽 2대가 이미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금년 여름엔 너희 가족들이

와서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작은 아들이 다녀가고 바로 작은 며느리와 손자가 왔습니다. 늘상 흔들 의자처럼 

왔다갔다 반복하는 생활 중에 자식들이 와서 함께 지내는 것은 많은 즐거움과 많은 변화를 동시에 주었습니다.

 

   관음죽꽃이 6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했는데도 두어달이 지난 오늘 아침에서야 무심코 다시 보게 됐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검은

이삭은 관음죽 꽃잎이었습니다. 가늘면서도 곧게 뻗친 대나무 위에 꽃이 피고 진 줄기에 물방울이 달려 있습니다. 그냥 장마철이

라 물방울이 매달려 있겠지 생각하면서도 그 순간이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내다봐도 그 물방울이 마르지 않고 그냥 붙어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 떨어진 자리에

물방울이 아닌 수정알이 있습니다. 너무 투명하고 맑아서 마치  밤 바다 위에 떠 있는 오징어잡이 배에 걸려 있는 유리등같이 반

짝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관음죽(觀音竹)이 꽃을 피우면 그 가정에 행운이 찾아옴은 물론이고 그 꽃을 보기만해도 행운

이 찾아온다고 즐거워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관음죽도 16년만에 처음으로 꽃이 피었고, 그 후 2년만인 올해에 다시 꽃이 피었습

니다.

   그 꽃은 해마다 흔하게 피지 않고 또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그 꽃에 관심 가지는 누구에게나 행운을 주는 그런 나무가  아닙니

다. 작고 영롱한 '물방울이 아닌……' 그 것을 보고 행복감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삶이 뻔하고 허무할 때, 뻔한 인

생을 뻔하지 않게, 작고 하찮은 매일을 새롭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요? 그러다보면 즐거움은 커지고 기쁨도 

늘어나고 어려움은 점점 사라지는, 행복한 운이 다가 올 것입니다. 

 

  

                                                                                                                                                 ↓ 2011년 8월 3일 갑자기 촬영

 

 

 

 

 

 

 

 

 

 

 

 

 

 

                                                                                                    ↓ 2011년 6월7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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