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스트레스가 주는 교훈/홍승숙

갑자기여인 2012. 7. 17. 20:52

 

스트레스가 주는 교훈

 

홍 승 숙 (한결문학회 동인)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가 바로 스트레스(stress)라는 단어다. 유치원 어린이로부터 영어를 전혀 모르는 시골노인까지도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이 ‘스트레스’를 사람들은 모두 싫어한다. 암의 주된 원인이 되고 과로사도 이것이 쌓인 결과라 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영향을 준다. 친구네 개가 아파 병원에 데려 가니 스트레스라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자란 소는 육질이 좋고 젖도 잘 나온다. 그러나 공장의 소음이나 시끄러운 자동차소리와 인접한 곳에서는 생육과 번식에 지장이 많다는 얘기를 흔히 듣고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는 만물의 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웬만한 어려움과 힘든 일은 모두 스트레스로 몰고 가는 경향이다. 신경을 써야 하는 일, 책임감, 의무감, 두려움, 짜증, 부담 등을 스트레스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 공부나 시험, 일 등 모두가 다 스트레스일진대 이것 없이 어떻게 살아간다는 말일까. 스트레스 없이 살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자극, 또는 도전이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고 싶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좀더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궁리하며 피하지 말고 부딪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일찍이 나라를 구한 애국선열들이 온갖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국가와 민족 앞에 높은 기개를 발휘할 수 있었던 힘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온 것으로 본다. 그들이 스트레스 따위를 염두에 둘 겨를이 있었을까? 명예를 드높인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연습과 눈물겨운 노력을 통해서 자기분야를 성취한 인물이다. 도전을 통해 스트레스를 정복한 좋은 본보기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무풍지대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심사다. 과연 무풍지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스트레스 없다고 오래살 수 있을까?

요즘 사람들은 인간의 기본덕목인 노부모님께 대한 도리나 자녀의 양육조차도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직장에서는 업무가 벅차고 힘들거나. 조직과 단체생활에서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생겨나는 모든 문제들을 스트레스로 몰고 간다.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열정적으로 감당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런 열정이 가득할 때 꿈을 하나씩 이루며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열심히 배웠고, 최선을 다해 학생을 가르쳤으며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을 키우느라 정열을 다 받쳤던 그때가 가장 보람이 컸다. 책임감, 의무감, 부담감 등 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많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렇듯 인생에서의 뚜렷한 목적과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으면 웬만한 문제는 스트레스라기보다는 도전과 자기발전을 위한 자극의 기회가 되어 성공의 동기를 부여한다. 사람들이 당연한 의무와 도리조차도 아무런 노력 없이 스트레스로 몰아붙이고 피하려다가 안일하고 나태한 생활의 늪으로 빠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근래에 나는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터득하여 실천하고 있다. 절대로 일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늘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그날그날의 일을 메모하여 곧 바로 실천하는 방법이다. 연락할 일이 있으면 즉석에서 전화 또는 메일을 하고 먼지가 눈에 뜨이면 보이는 즉시 그 부분만이라도 먼저 닦는다. 설거지통에 그릇을 담가놓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생각나는 일은 항상 즉석에서 처리한다. 머리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스 자가진단’이라는 내용을 보면 웬만한 감정의 기복이나 신체적 이상이 조금만 나타나도 모두 스트레스라 한다.

그 해소법 또한 다양하다. 각가지 운동요법, 복식호흡, 숙면, 소리 지르기, 노래방 가기, 영양식섭취 등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의 개성이 제 각기 다르듯이 이런 내용이 일률적으로 통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 관리를 잘 하여 건강생활에 힘쓰고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과 도리를 기꺼이 감당해야겠다. 내게 닥쳐오는 모든 일과 문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고사성어의 말처럼 과도한 꿈과 욕심에서 벗어나 내 앞에 주어지는 일들을 차분히 감당하노라면 스트레스는 인생길의 동행자가 되어 끝까지 함께 가야 할 이웃이 아닐까.

<201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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