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삶과 죽음/김주순

갑자기여인 2012. 7. 17. 09:48

 

삶과 죽음

 

김 주 순(한결문학회 동인)

 

외출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어디서 일까?

이른 아침부터~. 수화기를 들으니 희경이었다.

“선생님! 저에요.” 오랜만에 듣는 음성이지만 반갑기 보다는

혹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닌가 해서 가슴부터 쿵쾅거렸다.

희경 이는 지금 암 투병 중이다. 유방암 수술 두 번에 뼈와 간에 전이가 된

상태다. 작년 유 월 병원에서 보호자와 함께 오라는 말을 들었었다.

가족이라고는 아들과 단 둘이서 사는 데 재수하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가는

아들이 혹 충격을 받고 공부를 게을리 할 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 생이 얼마가 남아있는 지 알 수 없는 데도 아들이 뭔지 아들걱정을 했다.

그래서 동생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누가 가던지 그게 무엇이 문제 일까?

어떤 말을 듣는 것이 더 문제이다 싶어 꽤나 심란했었다. 그후 나는 조심스럽게 담당의사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를 물었었다.

“선생님! 앞으로 10년 밖에 못 산 되요” 희경 이는 웃으면서 이야기 하였다.

아마도 동생이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그래! 10년이나 산다는 것은 괜찮다는 거야!”

“그렇죠? 선생님!”

나도 희경이도 더 이상 그 말에 토를 달거나 해석을 다르게 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 후 일 년이 무사하게 지난 후

“작년 병원에서 일 년 밖에 못 산다고 하였되요. 그런데 일 년이 지났어요.

병이 완치라도 된 듯이 좋아했었던 것이 작년 8월 이었다.

그런데 삶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때는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죽음이란 말은 쪼개어 허공에 띄워 버렸었는데 그 후 일 년이 지난 오늘은 희경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선생님 저 심각한 상황이래요. 보고 싶어요. 응급실로 와 주세요.” 나는 그 문자를 받고 병원에 들렸을 때 희경이는 중환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나를 본 희경이는 안아 달라 듯 두 팔을 들었고 꼭 안아주니 선생님! 8년이나 주치의로 인연을 맺었는데 그 선생님이 저 보러 며칠 밖을 못 산다고 삶을 정리하래요 하면서 아주 서럽게 엉엉 울었다. 며칠 밖에 못 산다는 그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 사람이 희경이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 까?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한테 들었으니 그 큰 충격을…. 병원에 도착했을 때 희경이는 눈 위에 팔을 얹고 있었다. 그 때 희경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 까?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서있는 희경이는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그 말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 까? 그리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면 어린 21살 자리의 아들을 홀로 남겨 놓고 간다는 그 사실에 얼마나 몸을 떨었을까? 기적을 바라는 나의 바람과는 아랑 곳 없이 그녀는 그 의사의 말대로 10일쯤 지났을 때 하늘나라로 갔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어떤 철학 책에서 죽음이란 없다. 살았을 땐 살았으니 까 죽음이 없고 죽어서는 죽은 몸이니 아무 것도 없으니 죽음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을 반박 하고 싶어진다. 죽은 당사자는 의식이 없으니 죽음이 없을지 모르지만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지금 죽음을 인식하고 생각만하면 목이 메이니 이것이 죽음 이라는 것이 아닌가? 힘없는 검은 얼굴, 잘 먹지를 못해서 많이 마른 몸, 희망까지 빼앗어 간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아 고뇌하는 모습, 5일에 한번 씩 복수가 차서 빼어야 하는 현실, 이 모든 것이 가슴에 담아져서 나를 괴롭힌다. 환갑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던 그 소망도 이루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그 목소리도 가슴을 아프게 하니 이것도 죽음이 가져다 주는 여파가 아닌가. 사람은 바람 같이 왔다가 바람같이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죽음이라는 그 슬픔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는 없다. 죽음을 축제로 승화시켜 장례를 치루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수를 다하고 자연사 했을 때 일이지 이렇게 한을 가지고 세상을 떠난 죽음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이라는 것이 도착한다. 삶과 함께 하다가 가는 죽음, 삶의 종착역인 죽음, 혼자서 맞이해야 할 죽음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다. 저 세상에 가면 만날 수 있을 지 아무도 모르는 두려움의 세계로 보내 놓고 나는 많은 슬픔을 다스리지 못해 어제도 오늘도 희경의 죽음의 언저리에서 돌고 돈다. 저세상에선 부디 행복하기를 기원하면서...

2012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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