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때!/황동규
나흘 몸살에 계속 어둑어둑해지는 몸. 괴괴하다
비가 창을 한참 두드리다 만다.
한참 귀 기울이다 만다. 고요하다
생시인가 사후(死後)인가
태어나기 전의 열반(涅槃)인가?
앞으론 과거 같은 과거만 남으리라는 생각.
숨이 막힌다 시핏줄이 캄캄해진다.
일순 내 뱉는다. 그럼 어때!
비가 다시 창을 두드린다
나뭇잎 하나가 날려와 창에 붙는다
그걸 떼려고 빗소리 소란해진다
빗줄기여,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이어온 몸살과 몸살의 삶
사로잡힘, 숨박힘, 캄캄함 그리고
불현듯 긴 숨 한 번 들이쉬고, 그럼 어때!
이게 바로 삶의 맛이 아니었던가?
한줄기 바람에 준비 안 된 잎 하나 날려가듯
삶의 끝 채 못보고 날려가면 또 어때!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까지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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