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가을/김문한(한결문학회 동인)

갑자기여인 2012. 10. 9. 19:41

가을

 

김문한(한결문학회 동인)

 

 

너는 이제 떠나는구나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기 때문에

더 있고 싶어도 더 있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떠나는구나

뜨거운 입김에 견뎌야 했고

태풍과 폭우에 시달리면서도

나뭇잎을 푸르게 하고

열매를 무르익게 했지

사랑과 미움의 여름을 보내고

파란 하늘아래 소문만 남긴 채

단풍든 나뭇가지 사이로 떠나고 있고나

너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고 섭섭하지만

지금의 떠남은 이별이 아닌

봄을 잉태하기 위한

고난을 각오한 작별이리라

너는 나에게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떠나는 너를 보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외로워지는지

내년에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면서도

나 혼자인 것 같아 눈에 이슬이 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