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외길/박윤재(한결문학회)

갑자기여인 2012. 11. 1. 22:30

외 길

 

박 윤 재(한결문학회)

 

 

 

가느다란 지팡이 더하여

세 개의 발이 허공을 밟고

갈 길 멀어

팔로 세차게 노 저어 보지만

기역자로 굽어진 육신은

마냥 제 자리를 맴돈다

 

 

힘겨운 세상에 내어 놓은

아들네로 향하는 걸까

살림에 쪼들리는

딸네로 향하는 걸까

팍팍한 시간을 쪼개어 보지만

딱히 반기는 곳은 없다

 

 

굽은 등에 얹혀진

낡은 가방 속

곱고 반듯했던 지나간 그림자들이

그리움의 요체 되어

세월의 흔적만큼

무게를 더하며

이리저리 뒹군다

 

 

휘이 휘이

오물거리는 입에서

힘겨움이 휘파람 되어 나오고

뻔한 외길이 어서 오라 손짓하지만

떼어 놓는 발자국마다

골목을 휘돌아 온

선한 삶이 꿈틀댄다

 

 

 

2012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