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깻잎장아찌 실패

갑자기여인 2014. 7. 28. 16:22

 

깻잎장아찌 실패

 

화요일 아침은

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을 늘 지나갑니다. 지나치면서 늘 그곳을 들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친구가 생겼습니다. 재래시장의 여러가지 물건은 땡볕에 노출돼 안쓰러워보였지만

호기심만은 땡볕만큼 뜨거웠습니다.

한참이나 구경했습니다. 풋고추와 자두 한 바가지를 샀습니다.

친구는 3개 2천원하는 둥근 호박을 사서 나에게 1개를 주었지요.

저녁 때 육류만을 좋아하는 손자에게 고추잡채를 만들어 줬더니 맛있다며 잘 먹더라고요.

할아버지도 호박과 고추를 썰어 만든 부침개가  입맛을 돋운다고 했습니다.

고추가 그리 맵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맵지도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고추 맛을 즐겼지요.

 

그다음 화요일 오후 

우린 또 그 시장을 향해 열심히 걸었습니다. 노상 시장은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에

동네에서 좀 떨어진  큰 시장 같았습니다. 닭집인 것 같은데 닭은 없고 가부키 화장한 닭발,

족발의 먹음직한 밤색덩이, 생선들의 게으른 모습, 무덤처럼 쌓아올린 과일들 등.

구수한 순대냄새가 났습니다. 다음에 와서 먹자고 했습니다.

외국에서 오는 아들을 위해 토종 깻잎짱아지를 담기로 했지요. 

노지 깻잎을 사기 위해 두리번 거렸습니다. 친구가 선뜻 한 사발 샀어요. 나도 따라서 사려고 하니,

깻잎 사발 아래 깻잎이 물끼에 젖어 있었습니다.

왜 물을 뿌려놓았냐고 했더니, 이 노점상인 왈 '거 권사님인가 한분이 웬 의심이 그리 많으냐, 자기를 믿으라'고. 

억! 권사라고 어떻게 알았지!

아뭇소리도 못하고 싸주는데로 사들고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깻잎을 씻었더니, 뭉개진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제 입었던 블라우스에 달려있는  은색 십자가가 생각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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